오늘의 본문
누가복음 10:38-42
38 그들이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39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40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
41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42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지난 3달 동안 우리는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알기’ 위해 요한복음에 나타난 예수님의 ‘자기선언’ 7가지의 말씀들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제 그렇게 배운 예수님에 대한 말씀을 기억하며,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욱 예수님을 닮아갈 수 있을지 함께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배경: 하스피 사역(hospitality)
본문에서 마르다는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영접"한 사람으로, 예수님을 환대하는 집주인 역할을 맡습니다. 이는 당시 유대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종교적 의무였습니다. 1세기 지중해 사회는 명예-수치 문화를 바탕으로 하며, 손님 접대는 가문의 명예와 직결되는 일이었습니다. 마르다는 이러한 사회적 기준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르다는 손님을 접대하느라 "많은 일로 분주"하며, 마리아가 돕지 않는 것을 예수께 호소합니다. 환대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마리아를 간접적으로 질책하며, 마리아도 이 사역에 동참하길 요청합니다. 그런데, 이 때 예수님은 마르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42 …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마르다가 잘못한 것이 아니다!
이 말씀을 읽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르다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마르다는 예수님을 집에 영접하고 정성껏 대접하려 분주히 움직입니다. 이는 유대 전통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환대(hospitality)의 중요한 행위였으며, 초기 교회 역시 이러한 섬김과 봉사를 공동체의 덕목으로 여겼습니다. 따라서 마르다의 행동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녀는 적극적인 믿음의 표현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봉사의 동기와 상태입니다. 마르다는 마리아와 자신을 비교하며 불평하기 시작합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마르다의 동기와 마음의 중심, 그리고 영적인 상태를 한번에 보시고, 마르다에게 “마리아는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봉사는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지친 헌신과 무거운 의무감, 비교의식으로 봉사가 변질될 때, 그것을 회복시키는 길은 다시 말씀과 예배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임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칭찬하신 “좋은 편”은 상대적인 우위의 문제라기보다, 그 순간 마리아가 취한 말씀 앞의 자리,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의 태도가 진짜 회복의 길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마르다가 회복되어야 할 것은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통해 다시금 섬김의 중심을 되찾는 것입니다.
#나눔 질문
1. 지금 내 삶에서 ‘마르다처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그 일은 주님을 섬기는 일이지만, 혹시 그 안에서 지침이나 불평이 생긴 적은 없었나요?
2. 내가 봉사하면서 비교하거나 서운함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면, 그때 내 마음에 어떤 감정이 있었는지 나눠볼까요? 예수님은 그런 나에게 어떤 말씀을 주셨을까요?
3. 내가 ‘마리아처럼 말씀 앞에 머무는 시간’을 가장 잘 누렸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경험이 내 봉사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함께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씀으로!
우리의 교회 생활에서도 종종 마르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누군가는 열심히 봉사하지만, 점차 지치고 불평이 생기며, 다른 이와 비교하면서 상처를 받습니다. “왜 나만 하지?”, “다른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는데…” 이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할 때, 주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말씀 앞에 머물러라. 나와 다시 대면하라.”
하나님의 말씀은 생명의 양식(요 6:35)입니다. 불평과 불만이 생긴다는 것은 생명의 양식에 허기가 졌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얼른 말씀의 양식 앞으로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말씀과 예배는 단순히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역의 중심과 동력을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예배는 우리의 봉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가능하게 하는 뿌리입니다.
예를 들어, 청년부 리더 A는 주일마다 찬양, 셋업, 소그룹까지 도맡다시피 하며 점점 번아웃을 느낍니다. 어느 순간, 다른 청년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며, 마음이 상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그는 잠시 사역을 내려놓고 예배에만 집중하며 말씀을 묵상합니다. 그리고 다시금 “왜 시작했는가?”를 기억하며 사역의 기쁨을 회복합니다. 또 다른 청년 B는 봉사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예배 가운데 회복을 경험하고 자발적으로 새가족팀 섬김에 지원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원하신 공동체의 균형입니다.
말씀으로 시작하고, 말씀으로 돌아가며, 말씀 속에서 다시 섬긴다는 원리입니다.
#나눔질문
4.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교회 섬김이나 사역 중에서, ‘기쁨보다 의무감이 더 커진 부분’이 있다면 솔직히 나눠볼 수 있을까요?
5. 내가 최근에 ‘말씀과 예배’를 통해 다시 회복되었던 순간이 있다면 어떤 장면이었는지, 그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려주세요.
6. 이번 주 혹은 이번 달에 내가 결단하고 싶은 한 가지 회복의 실천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