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본문
창세기 1:27-28
27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28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본문의 배경 :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이 가진 의미
창세기 1장은 온 우주와 인간 존재의 시작을 노래하는 성경의 첫 장이자,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과 목적을 선포하는 선언문입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장엄한 문장으로 시작해, 어둠과 혼돈, 공허 속에서 질서를 세우시는 하나님의 창조 역사가 펼쳐집니다. 이 가운데 창세기 1:27–28은, 인간이 그 어떤 피조물과도 구별되는 독특한 존재임을 밝히는 ‘하이라이트’와 같은 본문입니다.
고대 근동 문화와 ‘하나님의 형상’ 개념의 차이
고대 근동 사회에서 ‘신의 형상’이라는 개념은 결코 낯선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빌론이나 이집트와 같은 고대 왕국에서는, 왕이나 특정 통치자만이 신의 형상, 즉 신의 대리자라 여겨졌습니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는 ‘태양신 라’의 현현으로서, 신의 권위를 독점적으로 부여받은 존재였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의 형상’은 곧 ‘권력과 통치의 상징’이었고, 보통 사람들은 그저 신의 도구나 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창세기 1장은 이러한 세계관에 근본적인 도전장을 내밉니다. 성경은 인간 모두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고 선포합니다. 이 놀라운 선언은, 인간이 신의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존귀한 파트너로 부름받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는 “하나님의 형상은 소수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그분의 뜻을 세상에 드러내는 존재임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창세기 1:27–28은 인간 존재의 정체성과 사명, 그리고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성경의 뿌리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 모두를 ‘그분의 형상’으로 회복시키길 바라십니다. 이 진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해답이 되어줍니다.
제사장과 왕으로 부름받은 인간
창세기 1장 27절은 인류 창조의 비밀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7)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 즉 그분의 본성과 뜻을 이 땅에 드러내는 특별한 존재로 지음받았습니다. 이때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말은 단순히 영적 능력이나 도덕적 성품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이 땅을 맡기시며, 두 가지 중요한 사명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사장과 왕의 역할입니다.
먼저,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제사장적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창세기 2장 15절을 보면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경작하다’(עָבַד, 아바드)와 ‘지키다’(שָׁמַר, 샤마르)라는 단어는 구약에서 제사장이 성소에서 하나님을 섬길 때 사용된 바로 그 용어입니다(민수기 3:7-8 참조). 이는 아담이 단순한 농부가 아니라, 하나님과 세상을 연결하는 제사장으로 부름받았음을 의미합니다.
팀 켈러(Tim Keller)는 “인간은 하나님을 예배하고 세상을 돌보는 제사장적 존재로 지음받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가진 ‘일상’의 자리도, 예배와 섬김이 이루어지는 성소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하나님은 인간에게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고 명령하십니다. 이것은 왕적 권위를 주신 것입니다. 존 스토트(John Stott)는 “인간은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서 세상을 다스리는 왕이자, 동시에 그분께 예배와 충성을 바치는 제사장”이라고 말합니다.
왕으로서 인간은 세상에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실현하며,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발전시킬 책임을 맡았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창조의 시작부터 하나님을 세상에 드러내는 제사장적 존재이자, 하나님의 통치를 확장하는 왕적 존재로 세워졌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관계, 일터와 가정에서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누리며, 세상에 그분의 사랑과 정의를 펼치는 삶, 이것이 바로 창조 때부터 주어진 인간의 정체성이자 사명입니다.
#나눔 질문
1.나의 평범한 하루 속에서 ‘나는 하나님의 형상이다’라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기억나거나 의식되는 순간이 있나요? 있다면 언제인가요?
2.여러분은 평범한 하루 중 어떤 순간에 ‘이것도 하나님께 드리는 행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경계 밖으로 나아가는 선교적 사명
하나님은 인간에게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과 함께, 동산의 경계를 넘어 세상 모든 곳으로 나아가라는 사명을 주셨습니다(창 1:28). 이 명령은 단순히 숫자를 늘리라는 요구가 아니라, 에덴이라는 안전하고 익숙한 공간에 안주하지 말고, 하나님의 다스림과 사랑을 온 세상에 확장하라는 선교적 초대입니다.
에덴동산 밖에는 아직 하나님의 질서와 사랑이 미치지 않는 땅, 곧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상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그 경계 밖으로 나아가, 자신의 삶과 언어, 그리고 공동체 전체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증거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창조 명령에 내포된 선교적 본질입니다.
이 부르심은 신약시대에 와서 예수님의 ‘지상명령’(마태복음 28:19–20)으로 이어집니다.
예수님은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하나님의 백성은 더 이상 자신들만의 동산, 익숙한 신앙의 공간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선교는 특정한 프로그램이나 소수의 사역자만의 일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삶의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자신만의 동산, 익숙한 신앙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이웃과 사회, 그리고 온 열방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흘려보낼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의 선교적 정체성은 교회의 프로그램이나 특별한 직분자에게만 맡겨진 것이 아니라, 모든 신자가 삶의 자리에서 실천해야 할 공동의 부르심입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우리가 발을 딛는 모든 곳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경계가 확장되는 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를 통해 땅의 모든 민족과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랑과 구원의 소식을 전하기 원하십니다. 우리가 이 부르심에 응답할 때, 창세기 1장에서 주어진 창조 명령이 오늘 우리의 삶을 통해 계속해서 이루어짐을 경험하게 됩니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이렇게 말합니다.
“교회는 교회를 위하여 존재하지 않는다. 교회는 세상을 위해, 그리스도를 위해 존재한다.”
#나눔 질문
3.하나님께서 나에게 더 넓은 세상이나 새로운 사람들에게 다가가길 바라시는데도, 내가 쉽게 머물고 싶은 ‘안전지대’는 어떤 것인가요?
4. 내 삶을 하나님께 드리는 구체적인 결단을 해봅시다.”
아래의 세 가지 영역에서 내가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각자의 결단을 적어 나눠봅시다.
나의 시간 : / 나의 물질 : / 나의은사: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 각자를 통해, 삶의 자리마다 하나님의 형상과 사랑, 복음이 흘러가길 원하십니다.
선교는 특별한 사역자만의 몫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모든 신자의 일상적 사명입니다.
우리가 익숙한 경계를 넘어, 지금 서 있는 그곳에서 하나님 나라의 대사로 살아갈 때
창세기 1장의 명령은 오늘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신은 선교사입니다. 진짜 질문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가 아니라 ‘나는 이미 어디에 파송되어 있는가’입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