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본문
눅 12:42-48
42 주께서 이르시되 지혜 있고 진실한 청지기가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종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 줄 자가 누구냐
43 주인이 이를 때에 그 종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 종은 복이 있으리로다
44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주인이 그 모든 소유를 그에게 맡기리라
45 만일 그 종이 마음에 생각하기를 주인이 더디 오리라 하여 남녀 종들을 때리며 먹고 마시고 취하게 되면
46 생각하지 않은 날 알지 못하는 시각에 그 종의 주인이 이르러 엄히 때리고 신실하지 아니한 자의 받는 벌에 처하리니
47 주인의 뜻을 알고도 준비하지 아니하고 그 뜻대로 행하지 아니한 종은 많이 맞을 것이요
48 알지 못하고 맞을 일을 행한 종은 적게 맞으리라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니라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혹은 직장에서 사장님(부장님)이 일주일 동안 해외 출장을 가신다고 하면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겉으로는 "조심히 다녀오세요" 하지만, 속으로는 '와, 자유다!' 할지 모릅니다.
출장 첫날과 둘째 날, 매장은 평화롭습니다. CCTV 사각지대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친구를 불러 수다를 떨고, 오픈이나 마감 청소도 슬쩍 대충 해놓습니다. '어차피 안 계시는데 뭐 어때? 오시기 전날에만 깨끗이 치워두면 모르실 거야.'
그런데 출장 마지막 날인 줄 알았던 목요일 오후, 아무 예고도 없이 매장 문이 딸랑 열리며 사장님이 걸어 들어오십니다. 유니폼도 안 입고 의자에 누워 폰을 보던 내 눈과 사장님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죠.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종이 딱 이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주인이 생각보다 늦게 올 줄 알고 내 마음대로 살다가 '현장에서 검거'된 종의 이야기, 그리고 언젠가 예고 없이 찾아오실 진짜 주인, 예수님을 기다리는 우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나는 주인인가, 청지기인가?
본문에서 예수님은 ‘지혜 있고 진실한 청지기’와 ‘그렇지 않은 청지기’를 대조하여 말씀하십니다. 전자에 해당하는 종은 주인이 부재와 상관없이 성실히 맡겨진 것을 감당하는 자입니다. 그런 종은 복을 받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주인이 ‘보는 앞에서만’ 행동하는 자였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종은 주인이 생각보다 늦게 오자 이렇게 생각하죠. '어? 생각보다 늦어지네? 그럼 주인이 오기 전까지 내 마음대로 누리다가, 오시기 직전에 싹 치워두면 모르실 거야!'
그는 다른 종들을 때리고, 먹고 마시며 취합니다. 마치 자기가 그 집의 '주인'이 된 것처럼 힘을 휘두릅니다. 그러나 성경은 차갑게 말합니다. "생각하지 않은 날 알지 못하는 시각에 그 종의 주인이 이르러..." (46절) 결국 그는 현장에서 붙잡히고 맙니다.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난 피곤한 청지기 삶 안 할래요. 그냥 내 맘대로 살래요"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청지기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독교 변증가 C.S. 루이스는 그의 저서 《순전한 기독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모든 능력, 순간순간 생각하거나 사지를 움직이는 힘은 모두 하나님이 주신 것입니다. 여러분이 평생의 모든 순간을 그분을 섬기는 데만 바친다 해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그분의 것인 것을 제외하고는 그분께 아무것도 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가진 모든 좋은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왔고, 마치 대여된 것처럼 느낍니다. 반면 세상 사람은 그것을 자기가 소유했다고 생각합니다."
내 삶 전체가 이미 주님께로부터 얻어져 '맡겨진 것'입니다. 2026년의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시간, 마치 주인이 자리를 비운 것 같은 지금이야말로,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내가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청지기의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내가 주인이 되어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나눔 질문
1.
요즘 내 삶의 영역(시간, 물질, 진로, 인간관계 등) 중에서 나도 모르게 주인의 자리를 꿰차고 "내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2.
주님이 당장 오늘 밤에 오신다면, 나의 일상(스마트폰 스크롤, 은밀한 습관, 돈을 쓰는 소비 패턴 등) 중 급하게 '흔적을 지워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솔직하게 나누어 봅시다.
마지막 때를 기다리며: 청지기답게 성실하게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니라. (48절)
현장에서 붙잡힌 종에게 내려진 처벌은 무겁습니다. 특히 예수님은 "주인의 뜻을 알고도 준비하지 않은 종은 많이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 이 말씀은 우리를 겁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의 뜻을 더 깊이 알수록, 우리의 책임도 커진다'는 영적 원리입니다.
우리는 매주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듣고, 공동체 안에서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배웁니다. 즉, 우리는 '많이 안 자들'이고 '많이 받은 자들'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삶의 기준도 세상과 달라야 합니다.
예수님이 칭찬하시는 지혜있고 진실한 청지기는 대단한 업적을 남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도, 늘 하던 대로 자기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 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청지기의 최종 목표는 '얼마나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주님이 보실 때 '얼마나 신실하게 살아왔느냐'입니다. 우리의 삶은 다시 오실 예수님에 의해 판단됩니다. 그러니 더더욱 삶의 주인되신 예수님을 의식하며 삽시다. 지금 내게 주어진 역할과 여러 상황에 감사하며 충실히 감당하는 것이 마지막 때를 가장 잘 준비하는 청지기의 자세임을 기억합시다.
추가로 감사한 사실은, 비유 속 종들은 홀로 주인을 기다려야 했지만, 우리에게는 늘 곁에서 도우시는 ‘성령님’이 함께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오시기 전까지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내 힘의 의지가 아닌, 날마다 성령의 도우심을 힘입어 청지기의 사명을 성실히 감당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나눔 질문
3.
"많이 맡은 자에게 많이 요구하신다"는 말씀 앞에서, 내가 교회 공동체나 삶의 자리에서 '이미 많이 받았기에 마땅히 책임져야 할 영적 의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4.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 한 주 동안 '아무도 보지 않아도 주님 앞에서 성실하게 감당할 나의 작은 행동 지침' 한 가지를 정해봅시다. (예: 매일 아침 SNS 대신 말씀 1장 읽기로 시간의 청지기 되기, 공동체 안에서 소외된 지체에게 먼저 연락하여 응원하기, 내게 주신 물질의 십일조나 헌금 생활 바로 세우기 등)


